4. 바닥재... 참 곤란한 문제...
바닥재란 소라게 사육장 바닥에 깔아주는 것을 말합니다. 간혹 은신처만 넣어주고 바닥재를 안 깔아주면 뭐가 문제냐고 묻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바닥재는 단순히 바닥을 장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닷가 모래밭을 생각해보세요. 마른 모래라도 손으로 파면 그다지 깊이 파지 않아도 젖은 모래가 나옵니다. 소라게는 이렇게 파고들어 갈수록 습해지는 환경에서 마음을 놓습니다. 그래서 바닥을 파고 들어가서 땅굴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탈피도하고 잠도 자게 됩니다.
실제로 서 대서양 소라게는 주로 건조한 지역에서 발견됩니다. 어린 소라게일 때는 해가 뜨면 바로 마르는 조개 파편과 부서진 산호 등의 퇴적물로 이루어진 해변에서 삽니다. 더 큰 소라게들은 나무 위나 식물, 유목 그리고 모래땅과 같이 표면이 건조한 곳에서 살아가지요. 그러니 소라게에게 유리나 플라스틱바닥이 아닌 자기가 살던 환경과 비슷한 바닥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소라게를 사랑하는 한 방법일 거예요.
앞에 말한 것처럼 자연에서 소라게는 조개껍질, 부서진 산호로 가득한 모래 해변에서부터 부식토, 흙, 낙엽이 깔린 땅에 이르기까지 퍼져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육장 바닥에 모래, 모래/흙, 또는 수조용 자갈 등을 깔아 주어도 잘 지냅니다.
바닥재는요~
① 소라게가 파고 들어가 그 안에서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바닥재의 깊이는 가장 큰 소라게 높이의 최소 두 배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② 습한 곳에서 사는 소라게도 바닥이 젖어있는 것은 싫어해요. 바닥이 젖어서 뭔가가 몸에 들러붙는다면 기분이 좋지 않겠죠? 소라게는 잘 마른 바닥을 좋아합니다.
③ 그래도 바닥을 파고 들어갈수록 습해서 탈피 할 때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애완동물 매장에서 팔고있는 파충류용 카펫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소라게가 돌아다니다가 걸려서 발톱이나 발의 마디가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톱밥, 재생지 제품, 곡물 등 작은 동물용 바닥재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습한 환경에서 사는 소라게와는 맞지 않습니다. 특히 거미용으로 항균소독 된 바닥재는 소라게에게 치명적입니다.
땅파기
소라게는 바닥재를 땅굴을 파면서 온통 헤집고 다닌다. 이 굴이 무너지지만 않는 다면 소라게는 보통 굴의 끝에 방을 만들어놓는다. 따라서 이들이 충분히 파고 들어갈 만큼 바닥재를 넣어줘야 한다. 즉, 점보급 소라게를 기른다면 바닥재를 최소 18cm이상 깔아주어야 한다. “소“나 ”중“짜리라도 최소한 10cm에서 13cm은 돼야 한다. 특히 에콰도리안이 성공적으로 탈피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깊이 깔아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바닥재로는 모래 종류, 자갈 종류, 일반 흙, 에코어스 등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를 한 가지씩 살펴봅시다.
모래 종류
모래는 원래 소라게가 사는 환경과도 아주 가깝고, 입자가 작고 고와서 소라게에겐 최상의 바닥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을 수 있고 보온, 보냉 기능도 있으며, 파고들어가기도 쉽고 동굴을 만들거나 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충류용으로 칼슘을 보충한 칼슘모래가 애완동물 매장에 나와 있습니다. 소라게가 간혹 모래를 먹기도 하니 동시에 칼슘섭취까지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수족관이나 애완동물 매장에 가면 수족관용 산호사와 파충류용 모래를 팔고 있습니다. 또 철물점에서 파는 모래도 괜찮고 장난감 집에서 파는 어린이용 모래도 좋습니다. 깨끗한 개울이나 강, 바다에서 퍼온 모래도 물론 좋지요. 이런 모래들을 처음 사용할 때는 반드시 물에 한번 삶아서 잘 말린 다음에 넣어주세요.
산호사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슈가사이즈, 1mm, 2mm, 3mm, 5mm등이 있고 소라게에게는 소라게의 크기에 따라서 대략 2mm정도 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일반 모래와 같은 정도의 크기인 슈가사이즈가 가장 좋습니다.
랩티샌드, 허밋크랩샌드 등은 아주 고운 모래로 물에 젖으면 오히려 단단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큰 소라게에겐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아주 작은 소라게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백사와 같이 쌀알 정도 크기의 거친 모래는 소라껍질 속으로 들어갈 경우 소라게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어서 좋지 않습니다.
운동장이나 놀이터, 길옆 등에서 퍼온 모래는 절대로 쓰지 마세요. 특히 차가 많이 다니는 아스팔트 길옆의 모래는 죽음의 모래라고 불릴 정도로 중금속이 많이 들어 있어서 소라게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바닥재가 모래인 경우에 사육장을 약간 기울여 설치하고 모래를 경사지게 쌓은 상태에서 수조에 물을 넣어 사육장의 표면일부에 연못을 만들 수도 있어요. 사육장에 연못을 만들 때 물은 모래높이의 반 정도로 채워주면 됩니다. 그러면 소라게는, 자기가 원하면, 축축한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단, 연못이 소라게에게 그리고 보기에도 좋지만 관리하기엔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청소도 자주 해줘야하고 물도 자주 갈아줘야 합니다.
자갈 종류
수족관용으로 나온 작고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자갈이라면 좋은 바닥재라고 할 수 있어요. 습도 유지를 위해서라면 단지 자갈에 물을 조금 부어주면 됩니다. 청소도 쉽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보기에 좋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이 쓰기 좋은 바닥재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점은 소라게가 탈피하기 위해 파고들어가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표면이 말라있는 경우엔 아무리 파도 계속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파고들어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표면을 젖게 하면 소라게의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파고들어갈 수가 없으니 탈피하는 소라게는 각별히 주의해서 격리를 시켜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탈피하는 동안 무방비로 노출이 되어 위험합니다. 이럴 때 공격을 받으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탈피한 직후 연약해진 다리에 상처를 받기거나 다리가 휘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굳이 자갈을 써야할 경우엔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파고들어갈 수 있는 바닥재를 담아서 넣어주시길 권합니다. 수조 청소에는 자갈이 편하고 플라스틱 통은 간단히 청소하고 다시 넣어줄 수 있으니까요.
자갈도 훌륭한 바닥재이긴 하나 모래 또는 모래/흙이 소라게의 야생상태와 더 가까운 바닥재라는 거 잊지는 마세요.
흙 또는 다른 물질
살균 처리된 화분용 흙을 쓰는 것도 소라게의 서식환경과 비슷하여 좋습니다. (단 식물 영양성분이 첨가된 것은 소라게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파충류용 바닥재로 나온 이끼류도 바닥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것만 깔아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다만 수분을 머금는 장점을 활용하여 다른 바닥재의 보조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코어스는 입자가 아주 곱고 가볍고 따듯한 성질이 있는데다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을 수 있어서 소라게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값이 싸고 소라게의 똥을 분해하는 성질이 있어서 청소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사육장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다음 표는 대표적인 바닥재들의 청소법, 소독법, 장/단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것입니다. 어떤 바닥재를 써야할지 고민하고 계신 분은 자신이 소라게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정성을 잘 생각하셔서 고르시기 바랍니다.
이름 |
청소 방법 |
소독 방법 |
장점 |
단점 |
산호사
(슈가
사이즈) |
● 물에 넣고 휘저어가며 살살 문질러서 더 이상 더러운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는다.
● 양파 망에 넣고 맑은 물에서 몇 번 흔들어 나머지 부유물을 제거한다. |
● 청소 후 물에 넣어 삶는다.
● 물이 끓으면 물을 잘 따라버리고 다시 불 위에 올린다.
● 더 이상 수증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내려서 신문지를 깐 바닥에 잘 펴서 말린다. |
● 금방 마르고 보습력이 있어 습도조절이 쉽다. |
● 처음에 비린내가 조금 난다. (청소와 소독을 몇 차례 하면 없어진다.) |
칼라스톤
등
작은 자갈 |
● 물에 넣고 쌀 씻듯이 박박 문질러가며 더 이상 더러운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는다.
● 양파 망에 넣고 맑은 물에서 몇 번 흔들어 나머지 부유물을 제거한다. (칼라스톤이 많으면 몇 번에 나누어한다.)
● 잘 말린다. |
● 청소 후 물에 넣어 삶는다.
● 물이 끓으면 물을 잘 따라버리고 다시 불 위에 올린다.
● 더 이상 수증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내려서 신문지를 깐 바닥에 잘 펴서 말린다. |
● 청소가 쉽다. (일상적인 청소는 배설물을 집어내는 정도로 충분함.)
● 잘 씻기만 하면 굳이 삶지 않아도 된다.
● 말리기가 쉽다. |
● 색이 변한다.
● 삶은 다음에 식는 시간이 길다.
● 소라게들이 파고들어갈 수가 없다. (큰 소라게들이 파도 웅덩이를 만들 수 있을 뿐 동굴을 만들 수는 없다.) |
에코얼스 |
● 물에 넣고 치대면서 부유물이 뜨면 윗물만 살짝 버린다. (더 이상 안 나올 때까지)
● 바구니위에 얇은 천을 놓고 그 위에 건져낸다.
● 꼭 짜서 헹구고 다시 꼭 짜서 말린다. |
● 물에 삶아 적당히 말린다.
● 새것으로 갈아준다. |
● 습도조절에 도움이 된다.
● 가볍다.
● 값이 싸므로 청소하지 말고 6개월마다 새것으로 갈아주어도 부담이 적다. |
● 벌래가 잘 생긴다.
● 청소가 어렵다.
● 배설물을 분간하기 어렵다.
● 산호나 소라껍질에 갈색물이 든다.
● 말리는 시간이 길다. |
랩티샌드
등
고운모래 |
● 커다란 대야에 넣고 모래가 완전히 잠기도록 물을 넣는다.
● 모래를 쌀 씻듯 문질러 씻으며 부유물이 뜨면 윗물을 버린다. |
● 청소 후 물에 넣어 삶는다.
● 물이 끓으면 물을 잘 따라버리고 다시 불 위에 올린다.
● 더 이상 수증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내려서 신문지를 깐 바닥에 잘 펴서 말린다. |
● 입자가 아주 곱고 소라게들이 먹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 에리트들도 파고 들어갈 수 있고 심지어 탈피 직후의 아이도 쉽게 파고 들어갔다. |
● 물기가 있으면 떡이 되고 파기가 어려워진다.
● 청소가 어렵고 물이 많이 든다.
● 말리는 과정에서 모래가 날린다.
● 값이 매우 비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