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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 정보모음] 6. 빈 소라껍질이 있어야하나요?

수리샛별! 2005. 7. 16. 01:23
 

1. 빈 소라껍질이 있어야하나요?

1.1. 소라껍질의 중요성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게는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간혹 해안에 아주 가까운 육지에서 살아가는 게도 있지만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것은 육지소라게 뿐입니다. 어떤 육지소라게는 바다에서 수 km 내륙으로 들어가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소라게는 아가미로 숨을 쉬어야하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답은 바로 소라껍질입니다. 소라껍질은 소라게가 육지를 떠돌아다닐 때 보호 장비와 물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소라껍질 속에는 늘 물이 들어 있습니다.

아주 큰 소라껍질이 드물다는 것이 아주 큰 소라게가 드물다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방어용 집

소라껍질은 적으로부터 소라게를 지켜주고 내장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잘 맞는 소라껍질은 방어력을 높여주어 소라게가 바다에서 떨어져 더 멀리 돌아다닐 수 있게 하기도 하고요. 비상시엔 움츠려 들어가 왼쪽 집게발로 완벽하게 입구를 막을 수 있어요.

방어력 문제 때문에 소라게는 부서진 소라껍질을 싫어해서 가능한 한 빨리 덜 부서진 껍질로 바꾸려고 한답니다. 소라껍질을 넣어줄 때는 부서지지 않은 소라껍질로 골라서 넣어주세요.


소라게를 강제로 끄집어내려하면 절대로 안돼요!!

소라게는 배가 밖에 노출되느니 차라리 반 토막 나는 것을 택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잡아당기고 있는 집게발이나 다른 다리들이 부러져나가겠지만요.


1.2. 껍질 속 물 (Shell Water)

소라게가 쓰고 다니는 소라껍질은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는 물탱크 역할을 합니다. 사육장에 물그릇을 넣어놓고 지켜보면 소라게가 물도 마시고 목욕도하고 물을 담기도합니다. 소라껍질에 물을 담아놓으면 숨쉬기 편해지고 배가 건조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어요.

또 소라껍질 속의 물은 삼투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피부호흡을 돕는 역할입니다. 말이 어렵다면 그냥 소라게의 몸이 편안해지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라게가 껍질 속에 물을 담는 순서를 알아볼까요?

물 접시에 양 집게발을 담근다.

집게발로 물을 푼다. 이때 물은 집게발 안쪽에 난 털(setae)에 의한 모세관 현상으로 입까지 올라온다.

턱발(Maxillipeds)은 물을 입 위로 끌어올리고 물은 아가미실을 통해 흐른다.

등갑의 끄트머리를 들어올려 물이 배 뒤로 흐르게 한다. (이때 배를 흔들어 물이 잘 흐르도록 한다.)

이렇게 집어넣은 물이 엎질러지지 않도록 소라게는 배 앞부분은 소라껍질 내부에 달라붙게 해요. 그러면 물이 꽉찬 상태에서도 흘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지요. (그러니 목욕시킨 다음에 일부러 흔들어서 물 빼지 마세요. 소라게 열 받아요.) 그러다가 소라게가 뭔가에 놀라 깊게 움츠려 숨을 때는 물 대부분이 밖으로 흘러나오지요. 그러니까 그때마다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물그릇과 바닷물그릇이 항상 있어야합니다.


1.3. 소라껍질 고치기

여러분도 자기 방을 예쁘고 편하게 꾸미고 싶고 그렇게 하기도 했겠죠? 소라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라게는 소라껍질 내부의 기둥이나 소라껍질 주둥이를 없애는 등 소라껍질을 다듬는다고 하네요. 사육장에 있는 소라게들을 잘 보세요. 혹시 소라게가 움츠려 들어갔다 조금 몸을 내밀어 살짝 밖을 볼 때 눈이 닿는 부분의 소라껍질 입구부분이 조금 깨져나간 것을 볼 수 있나요?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눈을 내밀기 편하도록 소라게가 스스로 떼어낸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라게는 자기의 집인 소라게를 쓰기 편하게 다듬는 것입니다.

소라게가 빈 소라껍질에 들어가면 자기 구미에 맞게 소라껍질을 다듬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소라껍질의 내부가 서서히 넓어지고 입구도 드나들기 편하게 바뀝니다. 이와 같이 다듬어진 큰 소라껍질은 아주 귀해서 소라게들이 대대로 물려 쓴답니다. 이런 소라껍질에서 살던 소라게가 다른 소라껍질로 이사 가거나 죽으면 바로 다른 소라게가 이 껍질로 이사를 온대요. 이렇게, 소라게 떼가 사는 곳에는 대를 이어 쓰는 다듬은 소라껍질이 많게 됩니다.

1.4. 여분의 소라껍질

육지 소라게는 바다에서 태어나 한두 달 후에 육지에 올라오면서 바다 바닥에서 자기 몸 크기에 맞는 아주 조그만 소라껍질을 찾아 쓰고는 드디어 제대로 갖춘 어린 육지 소라게가 됩니다. 이렇게 소라게의 생은 소라껍질 찾기로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도 소라게는 맘에 드는 소라껍질을 만나면 바로 바꾸어버립니다. 이런 일은 소라게가 죽을 때까지 쭈-욱 됩니다.

소라게는 그만큼 집에 대한 욕심이 많아 탐나는 껍질을 가지고 있는 다른 소라게를 공격해서 뺏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욕심만은 아닌 것이, 만일 자기가 지고 다니는 소라껍질이 오염되거나하면 껍질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만일 이때 옮겨갈 소라껍질이 없으면 내장부분이 말라서 죽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사육장 안에 항상 애들의 크기별로 각 3~4개정도 소라게의 크기에 맞는 여분의 소라껍질을 넣어주어야 합니다. 크기는 소라껍질의 입구크기인데 입구의 크기가 큰 집게발의 크기보다 다른 다리하나 폭만큼 큰 것을 제일 좋아하지요. 특히 현재 쓰고 있는 소라껍질보다 약 6mm정도 더 큰 것을 좋아한답니다. 물론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자기 몸도 다 숨길 수 없는 작은 껍질을 좋아하는 놈도 있고.

소라게가 소라껍질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색깔이나 장식이 아니고 크기가 자기한테 적당한가입니다. 내부공간의 크기가 적당한가? 전체 무게는? 입구크기는 어떤가?  그리고 소라게는 적을 피하기 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박한(?) 소라껍질을 고릅니다. 화려한 소라껍질은 피한다구요. (크기가 최우선 고려사항이긴 하나 소라게는 특정한 종류의 소라껍질을 좋아합니다.)

별다른 사유 없이 5분 이상 껍질을 벗고 있는 소라게가 있다면 환경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증거입니다. 이럴 때는 소라껍질 몇 개와 함께 어두운 곳에 격리시키고 분무기로 물을 충분히 뿌려서 내장이 건조해 지지 않도록 해놓은 다음 사육장의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을 살피고 다른 소라게가 괴롭히는 건 아닌지 등등을 잘 살펴서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줘야 해요. 격리시키는 것은 별도의 사육장에 옮겨줘도 되지만 그보다는 그 소라게 주변에 울타리를 쳐서 다른 소라게의 침입을 막아주는 편이 더 좋습니다.

소라껍질은 소라게 파는 곳이나 청계천 수조상가에서 살 수 있고 횟집, 해물탕 집 등에서 얻어도 되고, 자기가 소라를 사먹어도 됩니다. 단, 파는 소라껍질이 아닌 경우엔 내부에 소라 살이 남아있지 않도록 깨끗이 청소해서 잘 삶고 잘 말려서 넣어줘야 해요. 파는 소라껍질 중엔 예쁘게 색칠된 것도 있지만 그거야 사람한테 좋은 거지 소라게에게 좋은 건 아닙니다.

소라게만이 어떤 소라껍질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라껍질을 여러 종류로 다양하게 준비해 주어야 합니다. 소라껍질을 살 때는 입구가 원형인 것을 고르세요. 트리보파구러스 스트리가투스라는 이름  만큼이나 이상하게 생긴 바다소라게 한 종류만 빼고는 좁고 긴 입구를 가진 소라껍질에선 살지 않아요.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터보쉘과 뮤렉스 쉘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소라게가 반드시 소라껍질 속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엔 엽총의 탄피나 라이플의 탄약통, 깨진 전구의 쇠로된 끼우는 부분, 향수병, 코코넛 껍질, 심지어는 화석 소라껍질에서도 산다고 하네요.



소라껍질다툼

소라게들이 소라껍질을 두고 싸울 때는 “찌익” 소리를 내면서 싸워서 금방 알 수 있어요.

이 소라껍질 싸움은 특정한 동작으로 진행됩니다. 우선 공격자는 방어자의 소라껍질의 약간 위에 서서 집게발은 방어자의 소라껍질 입구에 넣고 나머지 다리로 소라껍질을 꼭 쥐고 마구 돌리고 흔들어요. 그러면 대개 불쌍한 방어자는 소라껍질을 빼앗기게 됩니다.

자기의 소라껍질을 빼앗긴 소라게는 잠시 기다렸다가 승자가 벗어버린 소라껍질에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이럴 때도 소라게가 다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1.5. 껍질 바꾸기

앞에서 소라게는 태어나 어린 소라게가 될 때부터 소라껍질을 찾아다닌다고 했었죠. 그리고 이 일은 죽을 때까지 쭈-욱 된다고도 했어요. 그럼 이 중요한 소라껍질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아볼까요?


소라껍질 고르기

소라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의 소라껍질이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입구의 모양과 무게 그리고 자기 몸에 잘 맞는지 여부를 재빨리 판단한다. 적당한 소라껍질 한 개를 고르기까지 대여섯 개의 소라껍질을 이런 식으로 거쳐 간다.


우선 소라게가 소라껍질을 고르는 기준은 크기, 깨끗함, 그리고 무게랍니다. 좋은 소라껍질이란 소라게가 움츠려 들어가 큰 집게발과 두 번째 다리로 입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고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과 아늑함, 무게 그리고 끌고 다니기에 적당한 조건을 잘 갖춘 것을 말해요. 내부 크기는 소라게의 배로 저장된 물을 흘리지 않게 막아놓기에 적당해야하죠. 이렇게 일단 겉보기에 괜찮다고 판단을 하면 재빨리 옮겨갑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 껍질로 옮겨오고, 이렇게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어느 소라껍질이 더 좋은가를 비교합니다. 그러니 한번 옮겨갔다고 원래 쓰고 있던 소라껍질을 바로 치워버리지 마세요.

소라게들은 특별히 서인도 톱 쉘(West Indian Top Shells), 터보 쉘, 쇠고둥 껍질, 크라운 콘치, 스타 쉘, 바빌로니아, 뮤렉스 쉘, 스트롬부스 등을 좋아한대요. 상점이나 인터넷에서 소라껍질을 고르실 때 모르는 이름이 나와도 당황하지 말고 보세요.

소라껍질을 바꾸는 소라게의 행태에 아주 재미있는 것도 있답니다. 몸에 비해 조금 큰 소라껍질을 쓴 약간 작은 소라게와 몸에 비해 약간 작은 소라껍질을 쓴 약간 큰 소라게가 의기투합하여 소라껍질을 맞바꾸는 경우도 있대요. 물론 대부분은 큰 소라게가 힘으로 껍질만 큰, 몸은 작은 소라게의 소라껍질을 빼앗게 됩니다. 소라게 사이에서는 몸 크기로 서열을 정한답니다.


소라껍질 바꾸는 과정.

빈 껍질 발견

큰 집게발로 정밀 탐색

새집과 헌집 입구 마주보게 하기.

무지하게 빨리 옮겨가기.

들어가 봤더니 맘에 안들 경우, 다시 원래 집으로 돌아가기.


만일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죽은 소라게의 냄새가 퍼지면 소라게 떼가 몰려들게 되고 이럴 경우 대규모의 소라껍질 바꾸기가 일어나기도 해요. 이런 이유에 의한 것 말고도 해변이나 숲의 넓은 공터 등에 수만 마리씩 모여서 서로 소라껍질을 바꿔 쓰거나 또 짝짓기를 하기도 하지요.

또 재미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이야기가 있어요.

버뮤다 북단에 사는 캐러비안 소라게 (Purple Claw, 보라색 집게발 소라게)는 기막힌 문제를 안고 있답니다. 이들이 지니고 사는 소라껍질은 수천 년 전에 이 지역에서 번성했던 클타리움(Cittarium)이라는 고둥의 껍질로서 지금은 멸종하고 없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인근 지역에 이를 대체할 만한 적당한 크기의 고둥이 출현하지 않아서 소라게들은 어쩔 수 없이 소라껍질을 대를 물려 쓰고 있다고 해요. 그 바람에 버뮤다 섬에 오는 관광객들은 마당, 거리, 숲, 심지어 주차장에서 까지 발견되는 소라껍질을 보고는 클타리움이라는 고둥이 섬에서 가장 번성해있는 동물인 것으로 착각하게 될 만큼 소라게들이 이 껍질을 쓰고 섬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닙니다. 이렇게 섬이나 고립된 해변에 소라의 종류나 수가 충분히 많지 않을 경우에는 빈 소라껍질을 낡아서 못쓸 때 까지 대를 이어가며 쓰게 됩니다. 왜냐하면 소라게는 눈에 잘 띄는 것만 아니라면 소라껍질의 외부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알맞은 소라껍질을 고르는 것은 소라게의 생존에 매우 중대한 일이며 알맞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소라게의 몫입니다.

1.6. 소라껍질 장식

소라게에게 소라껍질의 외양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나 소라게 주인에게는 예쁜 소라껍질을 넣어 줌으로써 소라게를 돌보고 관찰하는 시간이 늘어나므로 중요할 수도 있어요. 비싼 값을 치르며 장식된 소라껍질을 사는 이유는 사실 이것이 전부지요. ^^

스스로 소라껍질에 장식을 만들어 붙일 때에 쓸 풀은 소라게가 먹을 수도 있으므로 독성이 없는 것을 써야만 합니다.


소라껍질에 의한 제약 (Shell Limits)

소라게는 여기 저기 소라껍질을 찾아 떠돈다. 따라서 소라나 달팽이가 많이 사는 곳에는 소라게도 많이 산다.


1.7. 소라껍질 청소

새 소라껍질이나 다른 소라게가 쓰던 소라껍질은 사육장에 넣어주기 전에 끓는 물에 한번 삶은 후 물을 빼고 식히는 소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새 소라껍질을 넣어주기 전에 하루정도 물에 담가두어 소라게에게 해로울 수도 있는 화학물질이나 여타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게 해주세요.